“글은 쓰는 것이 아니라, 고치는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글은 초고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고쳐 나가는 과정에서 비로소 ‘읽히는 글’이 된다. 우리가 읽는 잘 쓰인 글들도 대부분 수차례의 퇴고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하지만 많은 초보자들은 글을 ‘한 번에 완성’하려는 강박에 시달리며, 퇴고를 어렵고 부담스러운 작업으로 여기곤 한다. 그러나 퇴고는 작가가 독자에게 마지막으로 전할 수 있는 배려이자, 글을 ‘작품’으로 끌어올리는 과정이다.
이번 회차에서는 퇴고의 개념부터 실제 적용 방법, 그리고 글쓰기를 통해 나만의 스타일을 확립해가는 브랜딩까지 단계적으로 정리해보자.
퇴고란 무엇인가?
퇴고는 이미 쓴 글을 다시 읽고, 수정하고, 정리하는 작업이다. 글의 구성, 문장, 표현, 흐름, 맞춤법, 논리, 톤앤매너까지 전반적으로 점검한다. 이 과정을 통해 글의 불필요한 부분을 걷어내고, 독자에게 더 명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많은 초고는 감정적이고 중구난방하다. 생각나는 대로 써 내려간 흔적이 남아 있다. 퇴고는 그 감정의 덩어리를 정제하여, ‘읽는 사람’의 언어로 바꾸는 과정이다. 따라서 글을 쓴다는 건 단어를 쓰는 일인 동시에, 단어를 지우는 일이기도 하다.
퇴고는 어떻게 해야 할까?
퇴고는 감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명확한 절차와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면, 초보자도 얼마든지 효과적인 퇴고를 할 수 있다. 가장 추천하는 퇴고 방법은 3단계 퇴고 시스템이다.
1단계: 구조 점검
먼저 전체 글의 구조를 본다. 도입-전개-결론의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중심 메시지가 명확하게 드러나는지를 확인한다. 불필요한 문단이 섞여 있지는 않은지, 반복되는 내용은 없는지 점검한다. 만약 도입이 힘이 없다면 흥미를 유도하는 문장으로 교체하거나, 결론이 허무하다면 메시지를 다시 강조해서 정리해주는 것이 좋다.
2단계: 문장 정리
각 문단 안의 문장들을 다시 읽으며 문장의 길이, 어순, 명확성, 어색한 표현 등을 다듬는다. 구체적이지 않은 단어나, 너무 추상적인 표현, 지나치게 긴 문장을 짧게 나누는 것이 핵심이다. 필요하다면 전혀 다른 단어로 대체하거나, 감정적 표현을 차분하게 정리한다.
3단계: 어투와 어미 통일, 맞춤법 점검
글 전체의 말투(존댓말 vs 반말, 일기체 vs 보고체)가 일관성 있게 유지되는지를 확인한다. 또한 맞춤법, 띄어쓰기, 조사 사용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간단해 보여도 글의 신뢰도는 이런 세부에서 결정된다.
퇴고를 글쓰기의 일부가 아닌 ‘필수 단계’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로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퇴고의 눈을 키워야 한다.
퇴고를 쉽게 하는 실전 팁
퇴고가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실전 팁을 권장한다.
첫째, 시간을 두고 퇴고하라. 글을 쓰고 바로 수정하려 들면 감정이 남아 있어서 판단이 흐려진다. 하루 정도 텀을 두고 다시 읽으면 훨씬 객관적인 시선으로 글을 볼 수 있다.
둘째, 소리 내어 읽어보라. 글을 눈으로만 보면 매끄럽지 않은 문장을 발견하기 어렵다. 소리 내어 읽는 순간, 리듬이 어색하거나 문장의 꼬임이 느껴진다. 특히 블로그나 브런치 글처럼 읽기 쉬운 글을 지향한다면 이 방법은 필수다.
셋째, 문장을 줄이는 훈련을 하라. 퇴고는 덧붙이는 것보다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한 문장에서 단어 하나라도 줄일 수 있는지, 문장을 나눌 수 있는지를 확인해보라. 문장은 짧을수록 힘이 있다.
넷째, ‘독자의 눈’을 시뮬레이션하라. 글을 쓴 사람의 눈으로는 절대 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다. “이 글을 처음 읽는 사람이라면 어떤 기분일까?”를 상상하며, 독자의 관점으로 문장을 읽어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브랜딩 – 나만의 글쓰기를 구축하는 힘
퇴고가 글을 매끄럽게 만드는 기술이라면, 브랜딩은 글에 ‘나’를 담는 작업이다.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을 넘어, 글을 통해 자신만의 언어, 메시지, 색깔을 구축해가는 과정이다.
브랜딩이 잘 된 글은 문장 하나만 읽어도 ‘누구의 글인지’ 알 수 있다. 그만큼 문체, 어휘 선택, 주제 선정, 말투, 감정의 온도 등이 일관성 있게 축적되어야 한다. 이 과정은 하루아침에 되지 않는다. 꾸준한 글쓰기와 퇴고를 통해 자신만의 문체와 시선이 형성되어야 비로소 ‘브랜드가 되는 글’이 만들어진다.
브랜딩을 위해 추천하는 방법은 세 가지다.
첫째, 자신만의 어휘를 구축하라. 자주 쓰는 말투, 자주 인용하는 문장, 자신만의 표현 방식이 반복되면 그것이 곧 스타일이 된다.
둘째, 일정한 글쓰기 주제를 유지하라. 잡다한 주제보다 한 가지 주제에 꾸준히 글을 쓰면 전문성이 쌓인다. 예를 들어 글쓰기, 책, 일상, 감정, 인간관계 등 자신만의 글 영역을 정하는 것이다.
셋째, 타인을 따라 쓰지 마라. 감정의 결, 말투의 높낮이, 표현의 뉘앙스는 모두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남의 글을 닮으려 하면 글은 점점 평범해지고, 읽히지 않는다.
글쓰기의 마지막은 ‘나를 남기는 일’이다
처음엔 그저 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글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고, 나를 증명하고, 나를 만들어가는 수단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글은 점점 ‘나의 언어’로 자리 잡고, 시간이 흐르면 글이 ‘나의 얼굴’이 된다.
퇴고는 그 얼굴을 정돈하는 과정이다. 브랜딩은 그 얼굴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이다. 글이 반복될수록, 표현이 쌓일수록 우리는 말보다 강한 나를 만들어간다.
오늘의 글쓰기 미션
자신이 과거에 썼던 글 중 한 편을 선택해보세요. 그리고 아래 기준에 따라 퇴고를 진행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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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구성은 자연스러운가? (도입-전개-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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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은 짧고 명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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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필요한 말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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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톤과 어투는 일관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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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 ‘나만의 색’이 느껴지는가?
수정 전과 수정 후의 글을 비교하며, 퇴고의 힘을 직접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